총장의 메시지 46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


패러다임의 대전환. 그 내용과 속도가 실로 놀랍습니다. 인공지능(AI)과 빅 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소개된 지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한쪽에선 5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얘기합니다. 지금은 기술의 진화가 효율이나 기능에 집중하는 단계지만, 유럽위원회는 인간 중심과 지속가능성, 회복탄력성을 5차 산업혁명의 특징으로 이미 정의하고 있습니다. 인간 삶의 질 향상과 인간중심의 가치를 중시하는 새로운 조류입니다.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에 맞추어 새롭게 주목받는 건 사이버대학입니다. 가상공간에서 시간 제약 없이 정규대학 학위를 받는 가상대학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2000년대 들어서입니다. 평생교육법에 근거한 4년제 사이버대학은 건양사이버대학교, 경희사이버대학교, 고려사이버대학교, 국제사이버대학교,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대구사이버대학교,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학교, 부산디지털대학교, 사이버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디지털대학교, 서울사이버대학교, 세종사이버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열린사이버대학교, 원광디지털대학교, 화신사이버대학교, 한양사이버대학교 등 17개. 작년엔 한층 진화된 대학이 하나 더 생겨났습니다. 태재대학교입니다. 이 후발주자는 캠퍼스 없이 온라인으로 하는 혁신적 교육방식 때문에 ‘한국형 미네르바대학’으로 불립니다. 개교 1년을 맞아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인문사회학부, 자연과학부,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학부, 비즈니스혁신학부로 구분되던 전공 학부를 AI 기반의 학부 체제로 개편하고 자기 설계형 융합 전공을 확대하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글로벌 위상 확보를 위해 미국 대학으로 인가를 받는 절차도 밟고 있습니다.



창조적 파괴로 세계가 주목하는 대학은 따로 있습니다. 201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부를 두고 설립된 미네르바스쿨 (Minerva School).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적절히 배합해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오프라인 대학입니다. 하버드대학보다 입학하기 어렵다는 이 학교의 학생들은 모든 수업을 컴퓨터 앞에서 듣습니다. 플랫폼인 ‘포럼’을 통해 진행되는 강의에는 스무 명 남짓한 학생들이 그룹으로 참여합니다. 캠퍼스나 강의실이 따로 없는 사이버대학이지만 기존의 온라인대학과 다른 점은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배운 것을 실제로 활용하고 적용하는 현장실습입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오프라인 대학의 특성을 결합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대학인 셈입니다. 학생들은 학기별로 전 세계 6∼7개 도시를 돌며 온라인 수업을 받습니다. 세계 각국에 머물면서 토론식 수업을 하는 게 미네르바스쿨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미래 교육의 모델로 떠오른 데는 원격수업의 중요성을 보여준 코로나도 한몫했습니다. 이 학교 졸업생들은 구글·애플 등에 입사하거나 창업에 성공하며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지난해엔 신입생 200명을 뽑는데 180개국에서 2만 5천여명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유명 대학 입시 경쟁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새로운 혁신모델이 우리 지역에도 생겨날 듯합니다. 작년 4월 고양특례시는 ‘카이저공대(KAISER)’ 설립추진위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2026년 개교 예정인 이 사이버대학은 융합학부 아래 의료·바이오, IT, 신에너지·환경 등의 학과에 학생 300명과 교수 40여 명 규모로 시작될 예정입니다. 전액 장학금과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며 전공수업은 국내·외 대학 및 민간 온라인 코스로 수강하고, 체험학습은 기업 등과 협업해 산업현장이나 메타버스에서 수행하게 됩니다. 이미 설립된 ㈜카이저홀딩스가 재정을 마련하고, 장항·대화·송산·송포동의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하게 될 첨단기업들과 협업한다는 구상입니다.

대학 교육의 디지털 전환으로 전통적 교육방식과 대면 강의의 상대적 우위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이라면 지금은 디지털 환경의 적응을 서둘러야 할 때입니다. 대학마다 ‘미래를 향한 상상력’을 시대정신으로 표방하듯이 교과서와 백과사전 지식을 주입하는 교육은 이제 효용이 다해갑니다. 교수가 되기 위해 공부했던 과거의 경험과 지식만으로는 실제적 문제의 해결 방법을 가르치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이제 전공 간의 칸막이를 허물어야 합니다. 역동성이 강점인 우리 대학은 그동안 준비했던 대로 지금 무전공 입학전형을 진행 중입니다. 내년 신입생들부터는 드림디지인칼리지(DDC)에서 1학년을 보내면서 자신의 대학 생활을 설계하고 각자 원하는 대로 두 개의 ‘전공 트랙’을 선택하게 됩니다. 각 전공 트랙에 대한 정보를 균형 있게 제공해 학생들의 진로 결정에 도움을 주는 게 DDC의 교육목표입니다. 교과목도 교육 환경의 변화에 따라 대폭 개편 중입니다. AI와 항공우주 필수 교과목의 온라인 수업, 전공 트랙의 구분 없는 공통 교과목의 확대, 학점 공유대학과의 온라인·오프라인 교과목 수강, 산업현장 실습수업의 확대가 이번 개편의 핵심입니다. 2025/2026 교과과정 개편은 패러다임 전환에 따른 우리 대학의 ‘혁신’이 충분히 담겨야 성공합니다. 교수님들의 이해와 동참을 당부드립니다.



21세기 초뷰카 시대, 대학 교육 패러다임 어떻게 혁신해야 할까? - 대학지성 In&Out



<총장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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